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한 문장 한 뜻’ 쓰기 습관화, 30~50자면 끊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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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긴 문장을 끊어라
② 글꼬리를 짧게 하라
③삽입절, 삽입구를 줄여라
주어와 서술어는 호응하지 않고, 문장은 엿가락처럼 길기만 합니다. 게다가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한자어를 남발하는 바람에 내용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서술형 답안을 작성하고, 논술 시험을 대비하는 학생들의 글에서 흔히 발견하는 문제입니다.
앞으로 연재할 글쓰기의 10가지 원칙을 충분히 익힌 뒤 연습문제로 확인하세요. 1회성 연습에 그치지 말고 평소에 글을 읽고 쓸 때도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다고요? 매일 보는 교과서를 활용하세요. 공부할 때 글쓰기 원칙에 어긋나는 문장을 발견한다면 원칙에 맞춰 바꿔 써 보세요. 매회 실리는 ‘교과서 ‘옥의 티’’ 꼭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예문은 초·중등 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초·중등 대상 신문활용교육(NIE) 매체인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 위주로 골랐습니다.
“글쓰기가 어려워, 글쓰기가 두려워!”
초·중·고 12년에 대학까지 졸업해도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고 두렵다. 글을 잘 쓴다고 하는 이들을 부러워만 할 뿐 정작 자신은 시도조차 않는 이들이 태반이다. 글쓰기를 마치 천부의 재능처럼 여긴 탓이다.
글쓰기는 기술이다. 꾸준하게 연습한다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반대로 직접 써보지 않으면 백날 글쓰기 책을 읽는다 해도 절대로 늘지 않는다. 문학 장르의 글을 쓰기 위해선 어느 정도 감성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일상적인 글은 몇 가지 기본 규칙과 세부적인 기술을 익힌 뒤 반복하면 잘 쓸 수 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자전거 묘기를 배우려는 게 아니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기만 하면 대만족이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한 수식어가 들어간 멋진 글을 목적으로 삼지 마라.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전달력이 높은 글은 호흡이 짧고, 핵심주제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글쓰기 고수들은 문장부터 짧게 하라고 권한다. <노인과 바다>를 쓴 헤밍웨이도 “문장을 짧게 쓰시오”란 말을 ‘글을 쓸 때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글쓰기 초보들은 긴 문장을 미덕으로 안다. 왠지 짧은 문장은 폼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러다 보니 끊어야 할 곳을 애매하게 연결해 길게만 쓴다.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1
(가) 미국이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와 그 수장인 오사마를 원수로 규정하고 이번에 오사마를 사살함으로써 10년 만에 복수를 이뤘지만, 알카에다는 여전히 건재하고 기존에 있던 테러조직에 더해 새로운 조직까지 생겨나는 판국이므로 미국은 오랜 복수를 마쳤다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
단 하나의 문장인데 읽다 보면 숨이 막힌다. 내용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주어에 맞는 서술어도 찾기 어렵다. 글자 수를 세 보니 160자를 조금 넘는다. 원칙은 아니지만 보통 한 문장이 30~50자 정도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길다. 이런 문장을 만연체라고 한다. 만연체는 많은 정보를 한 문장에 모두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해하기도 힘든 탓에 글쓰기에서 첫째로 피해야 할 나쁜 습관으로 꼽는다. 게다가 웬만한 문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어법에 맞게 쓰기도 어렵다. 한 문장에 하나의 정보를 담는다는 생각으로 예문을 끊어 보자.
(가-1) 미국은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와 그 수장인 오사마를 원수로 규정했다. 이번에 오사마를 사살함으로써 10년 만에 복수를 이뤘다. 하지만 알카에다는 여전히 건재하다. 게다가 기존에 있던 테러조직에 더해 새로운 조직까지 생겨나는 판국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오랜 복수를 마쳤다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
<아하! 한겨레> 누리집에 올라온 예를 하나 더 보자.
예시글 2
(나) 일본에서 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가 발생했는데 우리나라 기상청에선 한반도가 방사능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지만 동풍이 불면 한반도는 위험해진다.
이 글은 약 90자다. 문장이 그다지 길진 않지만, 한 문장에 ‘일본 원전사고’, ‘기상청 발표’, ‘한반도의 위험성’이란 정보 3개를 동시에 담으려다 보니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문장을 짧게 끊어 보자.
(나-1) 일본 지진으로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한반도가 방사능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하지만 동풍이 불면 한반도는 위험해진다.
고친 문장이 훨씬 경쾌하게 읽힌다. 내용도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짧은 문장을 간결체라 하는데, 한 문장에 하나의 정보만 담기 때문에 전달력이 강하다. 당연히 읽는 시간도 적게 든다. 또한 생각을 빠르고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짧은 문장으로만 이어진 글은 호흡이 짧고, 긴장감이 높아져 딱딱하다. 단조롭고 건조한 신문 기사가 대표적 예다. 그래도 처음엔 무조건 짧게 쓰는 습관을 들여라. 너무 문장이 짧고 건조하다면 내용에 따라 두 문장을 하나로 묶어라. 글의 흐름에 따라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간결체로만 이루어진 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이번엔 자신이 쓴 글을 직접 고쳐보자. ‘원자력발전소’를 주제로 쓰고, 긴 문장을 찾아라. 찾았다면 친구에게 설명하는 투의 대화체로 바꿔 써라. 대화체로 바꾼 뒤 말꼬리만 문어체로 바꾸면 문장 끊기는 완성이다. (나)도 (나-1)로 직접 바꾸기 힘들다면 (나-2)처럼 대화체로 바꾼 뒤 문어체로 고쳐라.
(나-2) 일본에서 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가 발생했(대. 그런데) 우리나라 기상청에선 한반도가 방사능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다고 (말하더라고. 하지만) 동풍이 불면 우리나라도 위험하다(고 하던데).
(다)는 지난 4월1일 <한겨레>에 실린 칼럼 ‘스마트 인플레이션’의 도입부다. 130자 정도로 상당히 길다. 이 글을 대화체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 네 문장으로 끊어 보자.
예시글 3
(다) 평상시 딱히 표준어의 수호자스러운 행태를 보이지 않는데다, 오히려 파괴자라는 얘기를 들을 때가 훨씬 많은 필자인지라 이러쿵저러쿵할 처지가 못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글을 써서 먹고사는지라 가끔은 말에 신경을 쓰게 될 때가 있다.
마치 친구와 수다를 떤다는 느낌으로 소리내 읽어라. 앞서 강조한 ‘한 문장에 하나의 정보를 담는다’를 기억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목적으로 읽어라. 그 느낌을 살려 글로 옮기면 대화체로 바꾸기도 완성이다.
(다-1) 평상시 딱히 표준어의 수호자스러운 행태를 (보이진 않아) 오히려 파괴자라는 얘기를 들을 때가 훨씬 많(지. 그래서 뭐) 이러쿵저러쿵할 처지가 못 (되긴 해) 그래도 일단은 글을 써서 먹고사는지라 가끔은 말에 신경을 쓰게 될 때가 있(어).
마지막으로 말버릇을 빼고 평서형으로 바꿔 써라. 만일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이 어색하다면 적절한 접속사를 넣어도 좋다. 하지만 접속사가 많아지면 글이 지저분해 보이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써야 한다.
(다-2) ① 평상시 딱히 표준어의 수호자스러운 행태를 보이진 않는다. ② 오히려 파괴자라는 얘기를 들을 때가 훨씬 많다. ③ 그래서 이러쿵저러쿵할 처지는 아니다. ④ 그래도 일단은 글을 써서 먹고사는지라 가끔은 말에 신경을 쓰게 될 때가 있다.
연습 문제
다음 문장을 짧게 끊어 문맥에 맞게 고쳐 보세요.
1. 사교육 시간과 가장 뚜렷한 관련성을 보인 우울증의 경우 하루 4시간 이하의 사교육을 받은 아이 가운데 10%가량이 우울증상을 보인 반면, 4시간이 넘는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30%를 웃돈다는 연구 결과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우울증상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2. 등록금 문제의 폭발력은 경찰이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잘 드러나는데, 등록금넷은 지난달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를 내일 열겠다고 3차례나 집회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모두 불허하다가 어제야 대폭 축소된 형태로 겨우 허가했으니 여론화하는 게 그만큼 두려웠던 셈이다.
3. 노동계의 두자릿수 인상률은 언뜻 과도하게 비칠 수도 있지만 그 근거를 꼼꼼히 살피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으로, 노동계가 요구한 시간당 541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13만690원으로 지난해 전체 노동자 임금평균인 226만4500원의 50%에 조금 못 미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과 소득 재분배라는 취지에 부응하려면 임금평균의 50%는 되어야 한다는 계산법이다.
※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난이도 초등 고학년~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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