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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전범 처벌엔 시효가 없다

글과 노는 자영 2010. 7. 30. 01:03

나치 전범 처벌엔 시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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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독일 검찰, 유대인 학살 가담 88살 ‘쿤츠’ 기소

나치 전범 처벌에는 시한이 없다.
독일 검찰은 28일 2차대전 당시 폴란드의 벨제크 강제수용소 친위대(SS) 경비병이었던 사무엘 쿤츠(88)를 68년의 세월이 흐른 뒤 기소했다. 쿤츠는 1942년 1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18개월 동안 경비병으로 있으면서 수용소에서 자행된 43만4508명의 유대인 학살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쿤츠는 이밖에도 “두 차례의 개인적 월권행위”로 유대인 10명을 사살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상대적으로 계급이 낮은 쿤츠의 범죄사실은 지난해 5월 유대인 학살 혐의로 미국에서 독일로 송환된 나치전범 존 뎀야뉴크(90)의 재판 과정에서 새롭게 부각됐다. 뎀야뉴크가 훈련받았던 나라우니키 나치친위대 경비병 훈련소에 관한 증인으로 쿤츠가 떠오르면서 그의 범죄사실들이 뒤늦게 언론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많은 유대인들이 유대인 살해 조력자로 쿤츠를 지목한 것을 근거로 시몬 비센탈센터는 지난 4월 쿤츠를 생존 나치전범 수배자 목록의 3순위에 올렸다. 비센탈센터는 나치전범 사냥꾼인 비센탈의 유지를 받들어 나치 전범에 관한 가장 광범한 자료를 수집해 전범을 추적해온 유대인 민간단체이다.

쿤츠는 독일계 러시아인으로 2차대전에 소련군 병사로 참전했다가 독일군에 포로로 붙잡혀 독일군이 된 경우다. 포로수용소 수감과 나치 협력 중 선택을 강요받고 나치에 협력하는 쪽을 택한 쿤츠는 트라우니키 훈련소에서 경비병 교육을 받은 뒤 벨제크 수용소에서 근무하면서 폴란드 유대인 말살작전인 이른바 ‘라인하르트 작전’에 적극적 조력자로 참여했다. 전후에는 본에서 거주하며 독일 시민권을 받아 연방정부 공무원으로 일했고, 1969년, 75년, 80년 세차례나 나치 전범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본인이 기소된 적은 없었다.

비센탈센터의 ‘나치전범 사냥꾼’인 에프라임 주로프는 “쿤츠에 대한 기소는 심판대에 세울 나치전범자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최근 독일 검찰의 정책적 변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치전범 혐의자들이 잇달아 사망하고 있어 이런 정책 변화는 너무 때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나치 친위대 대위 출신의 에리히 슈타이트만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1943년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에서 유대인을 학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달 초에는 오스트리아의 한 숲에서 유대인 강제노역자들을 집단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아돌프 슈토름스(90)가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사망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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